애니&게임매니아 IIDX의 쇼 미 더 고전게임 Part 4 제 162화 - 너클 죠 KNUCKLE JOE
Knuckle Joe (c) 1985 Seibu Kaihatsu.
세이부 개발에서 개발하고 타이토에서 1985년 4월에 발매한 아케이드 액션 게임.
북두의 권과 매드 맥스를 합친 듯한 느낌이 드는 작품으로, 파란 7부 쫄바지 하나만 입은 맨발의 근육질 주인공 너클 조가 폐허가 된 도시에서 혈혈단신으로 오토바이 폭주족 갱단을 박살낸다는 간단한 스토리. 애인을 구하기 위해서라는 얘기도 있으나 일단 작중에 애인이 전혀 나오지 않으며, 배경 설정이 따로 공개된 일도 없기에 그 근거를 찾기 어렵다. 중간중간 비장한 분위기의 컷신을 사용하여 미국 수퍼히어로 코믹스를 연상시키는 전개가 인상적이다.
게임 제목답게 기본 펀치 위주로 게임을 풀어나가게 된다. 헌데 게임 시스템 자체에는 별다른 컴비네이션 공격이나 특수기같은 건 전혀 없다. 이 게임 이후 세대에 나오는 벨트스크롤 액션게임들은 기본 공격만 연타해도 잽, 원투, 컴비네이션, 발차기 등이 나가게 디자인되어 있는 반면에, 이 게임은 일절 그런 것이 없다. 그렇다면 조작이 단조로운 것인가 하면 절대 그렇지는 않다.
격투 게임으로서는 지금 기준으로 봐도 매우 독특한 조작법을 자랑하는데, 일반적인 게임은 기본 공격 버튼을 누르면 펀치나 킥을 뻗은 뒤 정해진 애니메이션에 따라 알아서 회수하는 것에 비해 이 게임은 펀치나 킥 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그대로 손발을 뻗고 있다. 즉, 뻗은 펀치나 킥을 회수하려면 손을 버튼에서 떼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버튼에서 손을 떼기 전에는 앞뒤 이동이 불가능하다. 점프는 가능하지만 특별한 의미는 없다. 또한 공격 판정은 최초로 펀치나 킥을 뻗었을 때의 그 순간에만 존재하지만, 피격판정은 계속 남아있다.
이게 의미하는 것은, 한마디로 펀치를 뻗되, 펀치가 뻗어있는 시간은 최소화하고 재빨리 움직여 재차 타격을 가하거나 위험지대를 벗어나는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펀치를 일단 뻗었으면 최대한 빨리 회수하는 것이 무조건 유리하다는 것. 복싱레전드로 펀치는 뻗는 것보다 떼는 것이 중요하다는 명언을 남겼다.
한마디로 손이 빠른 사람은 실제로 주인공 캐릭터가 민첩하게 움직이는 효과를 그대로 볼 수 있었다. 비유하자면 자동발사 시스템이 없고 빠르게 연타하면 연타할수록 공격력이 강해지는 초창기 슈팅게임과 비슷한 피지컬을 요구하는 셈이다. 더우기 이 게임은 연타만 잘 해서는 금방 반격당하기 때문에 소용이 없고 상대의 공격을 허용하지 않도록 치고 빠지기도 잘 해야 하기에 절대 단순하지가 않다.
치고 빠지기의 경우 적진을 직접 지나가면서 점사를 먹이는 방식도 있고, 좌우로 왔다갔다 하면서 소위 짤짤이를 먹이는 방식도 있었다. 주로 상대가 한둘이면 빨리 집중타격을 할 수 있는 전자가, 여럿 모여있으면 반격당할 확률이 낮은 후자가 애용되었다. 양자 모두 일단 뻗은 주먹은 최대한 빠르게 회수하는 것이 관건. 손을 뻗고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반격확률이 높아진다.
플랫폼형 게임이라서 점프는 레버조작을 통해 위아래로 자유자재로 가능했으며, 헌데 이 게임은 그럴수밖에 없는 것이, 빠른 플랫폼 이동이 대단히 중요하다. 플랫폼 이동에 점프버튼이 필요했으면 대단히 귀찮았을 것이다. 앉았다가 점프하면 바닥에서 천장까지 한꺼번에 닿는 빅 점프를 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다른 게임과 달리 앉으면서 차징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레버를 밑으로 했다는 사실만 카운트되면 발동하게 되어 있어서, 이역시 앉는 동작을 최소화할수록 좋았다. 손이 빠르면 아예 중간 플랫폼에서 대점프를 시전하는 것도 가능. 손이 느리면 당연히 그냥 아래 플랫폼으로 내려와 버린다. 일반적인 동네고수들은 왼손마저 그렇게 빠르게 단련하기가 어려웠는지 대점프를 할때면 오른손을 동원하곤 했다.
킥 기술도 있는데, 펀치와 거의 동일한 스피드를 자랑하지만 총알을 아낀다거나 홀딩형 졸개에게 붙잡혔는데 반대쪽에 적이 있을 때 등에 한해서 한정적으로 사용된다.
이외에는 킥-펀치를 동시에 누르면 나오는 블러킹이 있는데, 블러킹 상태에서 히트시 경직이 있고 적캐릭터들의 공속도 느리지 않으므로 자칫하면 무한가드 상태에 빠질 수가 있으며 이렇게 되면 타임오버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게 된다. 또한 레버를 아래로 하여 발동하는 더킹도 있는데 이쪽도 블러킹처럼 딱히 별 쓸모가 없다.
본게임은 주인공의 동작이 중지되면 장애물을 제외한 적캐릭터의 동작도 대부분 따라서 멈추기 때문에 이동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거나 주먹을 내지르고 있으면 뻘쭘하게 서있는 조를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주인공이 움직이는 시간에만 적들도 움직이는 괴상한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다.
말하자면 당시 오락실게임 치고는 드물게 피지컬을 꽤 요구한 게임이었다. (반면에 전략면에서는 보스와 관련된 것만 알아두면 특별한 것은 없다.) 고수들이 아무리 공략법을 알려줘도 손이 느리면 따라하기가 어려운 게임이었다. 이런 특성이 당시 오락실의 후진성(고장났거나 헐거운 레버, 엉터리 버튼 배치)과 역시너지를 내는 일이 잦아서 초창기에는 1회차를 끝내는 고수가 매우 드물었다. 비슷한 이유로 에뮬레이터로 쾌적하게 즐기기 힘든 게임중 하나이기도 하다. 우선 패드나 키보드로는 당시의 경쾌한 방향전환이나 대점프를 시전하기가 어렵고, 입력장치 문제를 극복했다 하더라도 에뮬레이팅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입력 딜레이로도 제대로 된 플레이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요즘 게임으로 비유하자면 레이턴시가 높으면 스트리밍 방식으로 FPS게임을 하기 어려운 것과 비슷하다.
크게 네 개의 스테이지가 있고 하나의 스테이지는 첫번째 파트, 두번째 파트, 보스전 및 보너스 스테이지로 구성되어 있다.
보너스 스테이지 이후에는 장애물을 피해가며 싸워야 하는 스테이지가 나오는데, 최종보스를 제거하고 다음 회차로 넘어가서 맞는 첫번째 스테이지는 예외이다. 이 트랩을 피하는 난이도가 무시무시하게 높다. 특히 술집이라 불리는 스테이지가 이 방면에서 악명이 높았다. 술통이 좌우로 굴러다니는데 부딪히면 상당한 데미지를 입으며, 대미지 발생시 발생하는 넉백이 역 시너지를 매우 잘 일으킨다. 그렇다고 너무 몸을 사리면 시간제한때문에 낭패를 보게 된다. 궁지에 몰렸는데 상하 플랫폼 이동이 곤란하다 싶으면 전방이나 후방 점프를 아낌없이 해줘야 한다.
스테이지 한 개를 깨면 별 휘장 한 개를 주고 최종보스 안드로이드를 한 번 쓰러뜨리면 별 휘장이 초기화되는 대신 독수리 휘장을 한 개 주고 다시 첫 스테이지로 이동한다. 이 휘장은 플레이 화면 상단에 계속해서 그대로 표시된다. 갤러그 등 일부 게임이 이미 이런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 잔기를 모두 잃지만 않으면 계속 회차가 반복되며, 딱히 별다른 난이도 증가요소도 없기 때문에 한 회차를 노미스로 끝낼 수 있는 실력을 갖추었다면 집중력과 체력이 허용하는 한에는 영구적으로 플레이를 지속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해서 수많은 독수리 휘장을 확보하고 있으면 고수로 취급되어 어느덧 등 뒤에 갤러리들이 모여들기도.. 물론 시간이 지나며 동네 고수들이 늘어난 관계로 갤러리가 모이는 일은 금방 줄어들게 되지만 말이다.